[마이 라이프] 국회의원들의 ‘공공의 적’이 된 남자… “썩은 부분은 제거해야”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22&aid=0003304389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 예산감시 전문가들 의기투합 / 혈세 펑펑 쓰는 건 도둑과 진배없어 / 국가기관 세금 제대로 쓰는지 확인 / 정치 불신 유발 아닌 변화 위한 것 / 20년간 ‘한우물’만 팠다 / 초년 변호사 때부터 정보공개 청구 / 힘 있는 국가기관일수록 민낯 꺼려 / 국민 신뢰 받으려면 투명히 알려야 / 잘못된 관행 바뀔 때 큰 보람 / 98년 고건 전 시장이 예산감시 1호 / 청렴계약 도입 등 대응책 적극 내놔 / 문희상 의장도 ‘역사적 결단’ 내리길
‘세금도둑 잡아라’. 요즘 문희상 의장을 비롯해 300명에 이르는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세금도둑잡아라’(세도잡)는 상대 당만큼 눈엣가시인 시민단체다. 세도잡은 지난해 11월 검찰에 “매달 4000만∼5000만원 되는 여당 원내대표 특수활동비 중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고 ‘고백’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를 특활비 유용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국회를 향한 세도잡의 칼끝은 올해도 거침이 없다. 20대 국회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의장단 해외 출장비 상세 지출내역 공개소송에 이어 의원들 ‘쌈짓돈’으로 통했던 특정업무경비, 입법·정책개발비, 정책자료집 발간·발송비의 민낯까지 들추어내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엔 국가와 문 의장, 유인태 사무총장 등을 상대로 직무상 불법행위 혐의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구태 국회’의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세도잡의 공동대표다. 하승수? 맞다. 2016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던 녹색당 후보이자 올 초 문재인정부 헌법개정안 밑작업을 담당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그전에는 참여연대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과 정보공개청구 전문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 20년 동안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등 ‘눈먼 돈’ 지출내역에 관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가 최근 서울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회는 민낯을 드러냄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20대 후반기 국회 개혁 과제로 ‘의원·정당 특권 내려놓기’가 급부상하고 있는 요즘, 특활비 등 관련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한 하 공동대표를 지난 5일 서울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예상대로 체크무늬 와이셔츠에 면바지, 백팩을 짊어진, 편안한 인상이 매력적인 동네 형님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가 조근조근하게 일러준 기자 출입처(국회)의 민낯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세금도둑 잡아라? 단체명이 참신하다.

“우리 단체가 주로 하는 일은 국회와 중앙·지방정부 등 국가기관이 세금을 제대로 쓰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예산 감시 활동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판공비) 등 감시해야 할 기관은 전국 곳곳에 널려 있는데 활동가는 적고, 노하우는 파편적이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품은 많이 드는데 성과나 반향은 상대적으로 작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지치고 단체는 오래 가지 못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고 지난해 10월 추석 연휴 직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광주·전남 쪽 ‘시민이 만드는 밝은 세상’, 충남 지역의 ‘충남시민재단’이 합치기로 의기투합했다. 다들 예산감시 쪽 일을 해온 터라 활동 방향과 목표, 행동방침을 정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단체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하는 일을 국민에게 쉽게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수증이 필요 없는 특활비나 업무추진비라고 해서 ‘혈세’를 펑펑 쓰는 것은 도둑과 진배없다는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차원에서 ‘세금도둑 잡아라’로 정했다.”

―국회의 ‘눈먼 돈’이 그렇게 심각한 수준인가.

“2000년 활동했던 참여연대 납세자운동본부 내 예산낭비감시사업단 등 전국 12개 단체가 연합해 ‘판공비 공개운동 전국네트워크’를 출범했다. 당시 정보공개청구 대상으로 삼은 게 영수증과 같은 증빙자료를 낼 필요 없이 쓸 수 있는 국회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예비금 등 5가지다. 이후 특정업무경비나 입법·정책개발비 등이 추가로 생겼다. 최근 정보공개청구 소송 때문에 새로 계산해봤더니 특활비 65억원, 업무추진비 103억원, 예비금 13억원, 특정업무경비 179억원, 입법·정책개발비 86억원, 정책 발간·발송비 46억원 등 국회 6000억원 예산 중 450억원 정도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혈세’다.”

―국회가 특활비 공개 1심 판결에 불복했다.

“국회가 항소 이유로 내건 ‘안보와 공익’, ‘의정활동 지장 초래’는 사실 좀 궁색하다고 본다.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하면 법원 판사들이 미리 비공개로 지출내역을 열람한다. 대법원이 2003년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최종 판단한 것은 국회의 이 같은 비공개 사유가 사실과 다르다고 본 것이나 진배없다. 국회가 아마도 다음 총선 때까지 시간을 끌어 의장단이 바뀌고 의원 절반 가까이 없어져 관련 이슈도 유야무야되기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고 있다. 재판부도 과거와 달리 요즘엔 신속하게 판결을 내려주고 있다. 이번 항소심도 조만간 결론이 날 테고, 대법원 판단도 올해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활비를 이전보다는 좀 더 개선하려고 하는 문 의장과 유 사무총장은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한 우리가 섭섭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는 의장 밑에 있고 관련 서류는 다 사무처가 갖고 있다. 문 의장이 의지만 가지면 다 정보공개할 수 있는 사안이다.”


―나라 전체 특활비가 8000억원 정도다. 어제오늘 일도, 국회만의 일도 아닌데.

“국회가 법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세비를 투명하게 쓰고, 잘못된 관행을 바꾼다면 이를 발판 삼아 정부의 변화를 압박할 수 있다. 정보공개는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런 활동이 정치불신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썩은 부분은 햇볕을 받아야만 제거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꼭 드리고 싶은 얘기는, 정치는 혐오하고 불신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참여를 통해서만 바뀐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기득권 정치가 아니라 나를 대변하고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지금의 국회가 맘에 안 든다고 해서 국회를 없앨 수 없다면, 국회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 또 국회를 바꾸려면 국회의원을 뽑는 규칙부터 바꿔야 한다. 내가 선거제도 개혁운동(비례민주주의연대)을 같이 하는 이유다.”

―20여년 동안 한우물을 파는 것도 쉽지 않았겠다.

“1998년 정보공개법이 시행됐다. 초년 변호사로서 참여연대에서 정보공개청구를 담당했을 때 사실 좀 놀랐다. 당시 국가정보원과 국세청, 검찰청, 경찰청 같은 권력기관, 서울시 같은 지자체를 상대로 여러 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하면서 정부에 대해 이렇게 당당하게 자료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정보공개제도 자체는 굉장히 훌륭한 제도다. 시민이 더 이상 국회·정부의 통치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진실로 국가의 주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공개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엉망이다. 힘 있는 기관들일수록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니 정부가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얼마 전 덴마크에 관한 영상을 봤는데, 가장 부러웠던 장면은 덴마크 국민들이 ‘나는 정부를 신뢰하고 세금을 낸다’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나는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국회, 신뢰할 수 있는 정부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첫걸음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시키고, 단 한푼의 세금이라도 허투루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정부를 믿고 세금을 내고, 그 세금으로 정부가 우리 삶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문재인정부 들어 정치권서 활동하는 참여연대 출신들이 많다.

“시민운동을 하다가 정치를 하는 것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시민운동이 공익을 추구하는 활동인 만큼, 그런 활동으로 경험과 역량을 쌓은 사람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정치권에 가더라도 시민운동을 할 때의 원칙과 가치를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정치를 바꾸겠다’고 기존 정당을 통해 정치권에 들어갔는데, 몇 년 지나보면 ‘정치를 바꾼 게 아니라 본인이 바뀐’ 분들을 보게 된다.”

―그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어려운 일은.

“예산 감시 활동 첫 대상이 고건 전 서울시장이었다. 1998년 11월 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처음엔 난색을 표하며 하지 않았다. 1심이 진행되고 있는데 고 전 시장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공개하겠다’고 제안을 해왔다. 청렴계약 도입 등 매우 적극적인 대응책이었다. 이를 통해 고 전 시장은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상도 받았다. 문 의장한테 바라는 것도 이런 ‘역사적 결단’이다. 우리와 계속 소송할 것도 아니고 과거의 잘못과 관행을 끊겠다는 의지를 갖고 계신 것 아닌가. 사실 어려운 점을 꼽자면 개인적으로나, 단체 차원에서 많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대 교수로 생활을 했는데, 그 이후에는 고정적인 월급을 받은 적이 없다. 돈을 못 벌면 시간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했다. 시민단체 일을 거의 전업적으로 해 왔고,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녹색당을 창당하고 당직을 맡아서 너무 바빴다. 변호사는 휴업한 지 13년이 넘어서 농담 삼아 ‘장롱변호사’라고 스스로를 부른다. 이렇게 살면서 가족들에게 제일 미안하다.

―예산 감시자로서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개인적 어려움보다 우리 사회에서 공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조직들이 겪는 어려움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 단체만 하더라도 재정이 어려운 편이다. 나도 돈 모으는 재주가 별로 없고, 같이 활동하는 분들도 대체로 그런 편이다. 국민들께 장담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세금낭비를 감시하는 시민단체에 1만원을 후원하면, 세금낭비 1억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권력을 감시하고 예산낭비를 감시하는 활동에 시민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하승수 공동대표는…
△1968년 부산 출생 △1993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27기 △참여연대 실행위원, 납세자운동본부 실행위원장, 협동사무처장 △2006∼2009년 제주대학교 법학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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